우산에 밤하늘이 있다

3월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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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걸어서 돌아오는데 빗방울이 흩뿌린다.

까만 우산을 펴고 얼마를 걸었을까.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우산을 기울이니 그곳에 밤이 있었다.

까만 우산. 비록 격자 무늬가 있으나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알알이 맺혀 반짝이는 물방울은 도시에서 보지 못하는 별이었다.

창백한 가로등 불빛은 구름 넘어 뿌옇게 빛나는 달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곳곳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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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으면 게으르다

2월 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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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같이 살 때는 얼른 혼자 살았으면 했다. 잔소리 듣는 것도 귀찮고.

그런데 막상 홀로 살게 되니 게을러져 하지 않는 게 많아졌다.

특히 손질이 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런 마당에 나름 챙겨준다고 회사에서 과일 선물세트를 준 게 문제다.

손질도, 뒷처리도 귀찮아서 잘 먹지 않는데 무더기로 생겼으니 고마움에 앞서 귀찮다.

지난 추석 때 받은 배도 결국 반은 버렸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으면 이런 게 생겼을 때 같이 먹을 생각을 하고 기꺼이 집으로 날랐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다 먹어야 하는 지금 생활에 이런 선물은 그저 귀찮은 짐이다.

 

바람이 차다. 손이 시렵다. 눈물이 난다.

게으른 내게는 과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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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은 혐오스러움을 느낄까

2월 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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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이었다. 늘 그렇듯 잡생각이 가득하여 휘적휘적 걷고 있었는데 까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까치야 널리고 널린 것이라 딱히 눈길을 끌 것이 없었지만, 이 까치는 차도 위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차도 위에 무언가가 눌러붙어 있었고 까치는 그것을 쪼아먹으려고 차가 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의 정체가 궁금해 유심히 살펴보니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던 것은 비둘기가 차에 치여 납작해진 것이었다.

 

까치야 원래 잡식성이니 고기를 먹는 것이 이상하진 않지만 그 까치는 필경 비둘기가 죽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래서 그 광경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자신은 그렇게 죽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시체에 욕심을 내어 자신도 죽을 수 있는 위험에서 떨어지지 못하다니, 어리석으면서 야비해 보이는 한편 혐오스럽고도 측은하였다.

 

짐승은 혐오스러움을 느낄까. 다른 비둘기가 그 광경을 봤다면 까치의 토악질 나는 행위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인간으로써 비둘기도 까치도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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